GOG Galaxy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Steam과 유사한 디지털 게임 배포 플랫폼이며, 위쳐와 사이버펑크를 만든 CDPR이 직접 만들고 서비스한다는 특징이 있다. 내가 언제부터 GOG를 시작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위쳐 3를 충분히 즐긴 뒤 사이버펑크 예약 주문을 받던 시기 이전이니까 대충 2018-19년 즈음이 아닐까 한다. GOG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는 사이버펑크 구입하는데 쓰는 돈을 온전히 CDPR에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출시 직후에 최적화를 비롯해 이런 저런 문제로 꽤나 크게 홍역을 치르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회사 이미지라는 게 이렇게 중요하다.)
몇 년간 지속적으로 사용하다 보니, 게이머에게 있어 스팀 대비 장점과 단점이 명확하다고 느껴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큰 장점은 클래식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스팀에 비해 월등이 뛰어나다는 부분이다. GOG의 철학 자체에 '클래식 게임을 보존한다'는 측면이 있기도 하지만, 이를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 보존을 위해 옛날 게임(특히 대략 2000-2010 년 즈음에 출시된 게임들)의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을 죄다 해제하여 판매한다(즉, DRM Free). 이게 왜 훌륭하고 찬사받아 마땅한 조치인지 이해하려면 게임 판매에 관한 역사를 짧게 훑을 필요가 있다. 이게 왜 훌륭한 조치인지 이해하고 있다면 바로 아랫 문단은 읽지 않아도 무방하다.
미국에서 80년대 초반 게임 산업이 개박살난 이후 게임이 다시 가정에 침투하기까지는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게임이 다시 들어왔을 때, 활발하게 성장하던 인터넷 시장과 맞물려 게임 실행을 위해 인터넷 연결을 통한 게임의 무결성을 확인하는 절차 같은 게 기본으로 탑재되는 게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너무 단순화하긴 했지만, 대충 이게 DRM이다. 즉, 무분별한 불법 복제를 방지하고자 게임을 실행할 때 굳이 인터넷 연결이 필요 없는 싱글 플레이어 게임이더라도 불법 복제인지 정품인지 확인하기 위해 특정 플랫폼을 통해 인터넷에 연결되어야만 실행이 가능하도록 조치를 취한 것이다. 이게 구상 자체는 딱히 문제 삼을 것이 없었지만, 문제는 온라인 인증이라는 방식에 대한 경험도 준비도 없던 시기에 나온 조치이다보니 인증 실패율이 너무너무너무나도 높았다. 저작권을 존중해 정품으로 게임을 구입한 사람이 복돌이보다 훠어어어얼씬 불편하게 게임을 실행해야만 했으니, 착한 정돌이들마저 복돌이로 돌려버리는 악독한 방식이었다. (사실 나는 이 시기에 스타크래프트 말고 다른 게임을 거의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에는 접한 적이 없지만, 스팀을 시작하고 스팀을 통해 예전의 유명한 게임을 조금씩 해보면서 DRM이라는 게 왜 어마어마한 족쇄였는지 간접적으로 이해하게 되었다.) 이러한 DRM 광풍(?)의 절정을 찍은 게 개인적으로는 Games for Windows - Live 라고 생각한다. 게임의 ㄱ도 모르는 사람이 설계한 것 같은 이 방식은 아직도 유명 클래식 게임에 흔적으로 남아 게이머의 즐거운 경험에 똥폭탄을 던지고 있다(대표적으로 폴아웃 3). GOG는 이러한 문제를 '전면 DRM Free' 조치로 해결하였다. 예를 들어, 스팀 폴아웃 3 판매 페이지 유저 추천/비추천 평가란으로 내려 보면, Games for Windows - Live 때문에 게임 실행을 위해 취해야 할 이런 저런 조치들이 너무 복잡하다고 성토하는 댓글이 꽤나 많이 있다. 반면 나는 폴아웃 3을 GOG로 했는데, 구입-설치-실행 끝이었다.
DRM 이야기가 좀 길어졌는데 다시 돌아오면, GOG의 게임은 DRM으로 불편해져버린 부분을 완전히 날려버렸으며, 동시에 현재의 Win10/11에서 돌아가기나 할까 싶은 90년대, 2000년대 초반 게임도 '실행' 버튼 클릭 한 번으로 게임을 할 수 있기 만들어줬다. 스팀에서 미처 신경쓰지 못한 부분을 긁어줬다는 점에서 GOG는 이용 가치가 충분히 높다. 다른 장점으로는, EA가 만든 Origin이나 유비소프트가 만든 UPlay 같이 자사 게임만 올려 놓는 얌체 행동을 한 게 아니라, 스팀과 동일하게 출시된 모든 게임을 판매한다는 점이 있고, 또한 부족하긴 하지만 유저 평가/평점 체계를 갖춰놓았다는 부분이 있다.
단점을 보자면, 스팀에 밀리는 인지도와 부족한 이용자 수를 들 수 있다. 스팀에 게임 친구가 많이 등록되어 있으며 주로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는 굳이 GOG로 넘어갈 필요가 없다. 친구 목록이 공유되는 것도 아니고 소통에 있어서 많은 애로사항이 있기 때문이다. 인지도가 부족하니 GOG를 병행하는 사람 수도 적고, 그러다보니 기존 친구 목록을 GOG에서 다시 만들 수 없고, 닭과 달걀 문제 수준으로 이용자 수가 증가하지 못하는 연쇄작용인 셈이다.
최근에는 이 글의 두 번째 주인공인 엠파이어 어스가 GOG에서 세일 판매 중인 것을 발견하여 깜짝 놀라 바로 구입했다. 엠파이어 어스는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와 비슷한 게임으로, 개발진 일부가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 개발진 출신이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나한테는 엠파이어 어스 CD가 있다. 어릴 때 부모님께서 사주셨던 모양인데,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아서 왜 에이지 오브 엠파이어가 아닌 엠파이어 어스였는지, 왜 당시 가장 유명했던 스타크래프트만 사고 땡이 아니라 엠파이어 어스 같은 게임도 사주셨는지 모르겠다. 게임은 문제 없이 바로 실행됐다.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개발사와 배급사 로고가 나온 뒤 짧은 트레일러가 재생되는데(전부 스킵 가능), "Throughout history, few were given the power to control the destiny ..."로 시작되는 나레이션을 듣는 순간 예전의 추억이 전부 살아나는 느낌이었다(좋은 점과 나쁜 점 모두).
98년 게임이다보니 16:9나 16:10으로 자동 해상도 조절이 안 돼서 1600X1200 픽셀 4:3 비율로 바꿔서 게임을 실행해야 하는 사소한 불편함이 있으며, 또 해상도 낮은 옛날 모니터 환경에 맞춰 개발된 게임이다보니 한 화면에 출력되는 시야가 너무 좁고 불편해서 엠파이어 어스 GOG 포럼에 올라와 있는 내용들을 검색해 시야도 넓혀야만 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게임이라 처음에 엄청 어색했는데 다행히 예전에 CD로 할 때는 알 수 없었던 공식 매뉴얼이 GOG를 통해 함께 설치되어 금방 본래의 감각을 찾았다.
조금 깔짝깔짝하다가 궁금해서 유튜브에 영상이 있나 살펴보니, 바로 며칠 전에도 자체적으로 리그 같은 걸 열어 4:4로 유저 대전을 하는 영상이 올라와 있고, 1:7 컴까기 같은 영상은 수도 없이 많았다. 위에 언급한 시야 문제를 해결할 때에도 구글링을 해 보면 해외 게이머 커뮤니티에 간간히 엠파이어 어스 관련 내용이 올라오는 듯 했다. 유튜브 댓글이나 GOG 포럼 댓글을 보면 다들 반응은 '이게 아직도 살아 있네'로 나와 비슷한 감상평이었다. 늙은 게이머는 (아직)죽지도 않고 사라지지도 않는 것 같다. 그런데 검색하다 발견한 게 있는데, 1:7 컴까기 영상의 댓글을 보면 컴퓨터 AI 밸런스가 너무 엉망으로 짜여 있어서 컴까기를 할 때는 게임 시스템에서 허용하는 반칙 수준의 편법을 사용하지 않으면 매우 어렵다고 토로하는 내용 같은 게 있길래 자세히 파악해보니 게임 개발진이 컴퓨터 AI를 설계하는데 있어서 애초에 치트키 수준의 보정을 줬다는 것이다! 20년도 전에 게임을 할 때는 떠올려 보면, 분명히 나는 열심히 적 컴퓨터를 때려부쉈는데 고작 5분만 있으면 모든 것을 다 복구하고 오히려 반격을 해서 좀 허탈한 적이 많았다. 알고 보니 컴퓨터 AI 상 자원도 무제한에 공격성 확장성도 엄청 높게 설정되어 있어서 애초에 공정한 규칙 하에서 대결한 것이 아니었다. 혼자서 끙끙거리면서 고민하던 어린 나는 몰랐던 내용을 인터넷의 힘으로 20년도 넘게 지나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니 좀 어이 없고 빡치기도 했는데, 1:7 컴까기 영상을 유심히 보고 빌드 특징 같은 것을 파악해서 직접 때려부숴보니 어릴 때의 고민과 현재의 허탈함이 한 방에 해소되는 것 같았다.
GOG에는 엠파이어 어스 말고도 고전 게임이 정말 많이 올라와 있다. 울티마 1, 2도 언젠가 무료로 배포해서 받아두고 플레이를 기다리고 있고, 엘더스크롤 1, 2도 마찬가지로 무료 배포로 받아놔서 언젠가 해 볼 예정이다. 엠파이어 어스를 살 때 오블리비언도 90%인가 할인하길래 사서 해봤는데, 이걸로도 글 하나는 나올 것 같다. 오블리비언이나 폴아웃 3이 고전 게임인가 하는 의문이 좀 들긴 하지만, 15년은 넘었으니 아슬아슬하게 고전이라 칭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뭔가 내용이 빠진 것 같아서 가장 쉽게 사용될 수 있는 1:7 컴까기 빌드를 정리한다. 맵 조건은 다음과 같다. 크기가 중간인 이유는 1:7에서 제일 쉬운 빌드가 패스트 비행기 빌드이고(왜 비행기가 제일 쉬운지 뒤에 서술) 초기 비행기가 적을 타격하려면 AI 문명과의 거리가 최대한 가까워야 한다. 작음 크기 맵은 너무 작아서 문명 배치가 제대로 안 되기에 안 쓰이는 듯. 맵 타입은 당연히 섬. 육지 맵에서 1:7 컴까기를 할 수 있다면 당신은 빌드 최적화의 정점을 찍은 고수이므로 이 내용을 볼 필요가 없다. 경험상 큰 섬이 가장 나은 것 같다. 작은 섬을 선택할 경우 가운데 아홉번째 섬이 생겨서 귀찮은 요소가 조금 있고, 토너먼트 섬은 모양이 별로 좋지 않다. 자원은 가장 많이 주어지는 데스 매치. 멀티 없이 본진 자원만으로 모든 AI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게임 타입은 토너먼트로. 그래야 늘어지지 않고 빨리 게임을 끝낼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원칙은 최대한 빨리 시대 발전을 하는 것이다. 시대 발전을 위해선 '중요한' 건물을 두 채 이상 지어야 한다. 벽, 집, 타워, 농장 같은 낮은 티어 건물은 제외. 그 다음 중요한 원칙은 시민 생산을 쉬지 말 것. 적어도 원자-현대 시대에 도달하기 전까진 시민을 계속 뽑고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1:7 특성 상 플레이어의 유닛은 비대칭 전력이 아닌 이상 컴퓨터를 절대 무슨 수를 써도 상대할 수 없으므로, 비대칭 전력을 뽑을 수 있는 시대에 도달할 때까진 모든 방어를 타워와 시민이 도맡아야 한다. 해안선을 따라 타워를 두르고 빈 곳은 벽으로 채운 뒤, 곳곳에 시민을 배치해 긴급 수리에 대비하고 혹시나 놓친 빈틈으로 상륙하는 초기 적 육군을 시민으로 막아야 한다. 그리고 건물 사기를 위해 세틀먼트를 자원 뿐만 아니라 해안선 타워 모두에 버프가 들어가도록 배치하고 시민 다섯 명을 넣어서 다음 티어로 바꿔야 한다. 여유가 되면 시민을 가득 채워서 캐피톨로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농장도 비슷하게 여유가 남는 대로 시민 여덟 명을 채워서 상위 티어로 바꿔야 한다. 땅이 작은 만큼 효율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시민 쓸 곳이 엄청나게 많다. 시민이 딸리는 순간 시대 발전이 늦어지면서 벽이 금방 뚫린다.
빌드는 다양한 시도가 가능하지만 가장 쉽고 성공률 높은 것은 역시나 패스트 핵폭격 빌드. 사실 게임 한두 판 해보면 이유가 명확한데, 육군 특히 보병 위주의 육군은 값이 싸고 화력 밀도가 높은 장점이 있지만 최고 티어 보병이라도 눈 먼 트레뷰셋 돌덩어리 한두 개면 빈사 상태가 되는지라 공격 안정성이 너무 부실하고, 해군은 적 진영 중심지를 타격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지만 유닛 덩치가 너무나도 크게 설정되어 있어 안 그래도 좁은 바다에서 플레이어 의도 대로 기동하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 비행기는 뜬 시점에 순식간에 몰살당할 일이 아예 없고 유닛 겹치기가 용이해서 컨트롤이 매우매우매우매우 수월하다. 뿐만 아니라 비행기는 골드와 철만 먹는데, 우주방어를 가동할 시 비행기를 뽑기 전까진 골드/철을 아예 쓸 일이 없고 문명 보너스에서 골드/철 채취 증가만 찍어주면 효율이 매우 좋기 때문에 자원 운용 측면에서도 비행기가 좋다. 기종은 전폭기와 핵폭격기로. 핵으로 건물을 한 방에 삭제한 뒤, 전폭기가 상공에 체류하면서 재건하려는 시민을 막으면 된다.
그 외에 신경쓸 부분은 해안선 적절한 위치에 사원 짓는 것. 공든 타워는 지진 한 방에 다 무너진다. 문명 보너스는 취향껏 찍어도 되지만, 타워 가격 낮추기와 시민 속도&공격 증가는 필수적으로 찍는 게 정신 건강에 좋다. 비행기는 뜨는 시점에 대적할 유닛이 아예 없기 때문에 보너스를 딱히 안 줘도 되지만, 초기 전폭기는 비행 시간이 워낙 짧기 때문에 그 정도는 찍는 게 좋다. 그리고 게임 중 옵션을 켜서 '일시 정지' 버튼을 자주 사용할 것. 한국인 특성 상(?) 아주 빠름 모드로 게임을 진행할 터인데, 아주 빠름에서는 몇 초의 고민이 대참사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으므로 건물 짓기 등 잠깐이 고민이나 느린 인터페이스가 따라오는 속도를 고려할 때는 꼭 일시 정지를 켠 뒤 각을 재고 건설 등을 예약 명령한 뒤 다시 진행하는 게 속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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