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여행기에 포함되는 여행 일정과 여행 목표 ※
1. 여행 일정

2. 여행 목표
1) 포르투에서 포트와인 잔뜩 마시고 잔뜩 사서 귀국하기
2) 런던에서 '레미제라블'과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 보기
3) 아름다운 주경&야경 촬영
4) 여행기를 쓰기 위한 사진과 정보 수집
5) 맛있는 음식 예산 한도 내에서 마음껏 먹기
6) 유럽의 유명 과학관 집중 답사
3. 여행 신조
천천히 걷고 보고 찍고 먹고 즐기자.
세비야에 대한 첫 인상은 "(욕!!!!욕욕욕!!!)" 이었다. 파루를 출발한 고속버스는 약 6시간을 달린 뒤에야 세비야에 도착했다. 저녁 8시가 넘은 늦은 시각, 일요일. 세비야의 중심가는 워낙 복잡하기 때문에 대중교통이나 택시에 기댈 수 없었고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숙소를 찾아 나섰다.
지도를 열심히 보면서 부지런히 길을 찾아도 30분 안에 들어갈까 말까인데, 아뿔싸, 캐리어에 이상이 발생했다. 나는 아스팔트 같이 맨들맨들한 길에서 이동이 용이한 네바퀴 캐리어를 갖고 갔다. 그런데 세비야 같은 스페인의 전통 도시는 도로나 보도 대부분이 엄청 울퉁불퉁한 보도블럭이다. 독일제 엄청 튼튼하다는 캐리어였지만, 이런 돌 보도블럭 길에서 바퀴가 완전 망가져버렸다. 그렇잖아도 6시간 버스 타서 피곤하고, 짐은 많고, 인쇄한 지도로는 어디가 어딘지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캐리어 바퀴가 안 굴러가기 시작하자 완전 폭발해버렸다. 그렇다고 주저앉을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쨌든 질질 끌고 길을 찾아다녔다. 그랬더니 바퀴 바깥면을 덮고 있는 고무가 싹 다 벗겨졌다. 그 뒤부터는 더 상황이 절박했다. 큰 길을 지나서 골목길로 들어서자 어디가 어딘지 파악도 안 되는데, 캐리어가 맛이 갔으니 무턱대고 모든 골목에 들어가볼 수도 없었다. 침 뱉어서 길 찾는 식으로 완전 주먹구구 찍기 방식으로 길을 찾다가, 결국 출발한지 한 시간이 지나서야 간신히 호스텔을 찾았다. 이 모든 것이 3G 통신과 GPS가 되는 폰 하나면 해결되는 일인데, 도착 일시가 일요일 오후였기 때문에 유심칩을 사서 꽂을 수도 없었다. 무제한 로밍을 해 갔다면 비교적 수월했겠지만. 쓰다보니 그 짜증이 되살아나서 엄청 상세하게 썼다.....
덕분에 세비야에서 욕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호스텔에 도착해서는 씻고 바로 뻗었다. 다음 날 눈을 떠서 피해 상황(?)부터 파악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캐리어는 복구 불능이었다. 정품 독일제도 별 수 없다. 유럽을 다닐 땐 무조건 커다란 두 바퀴(타이어포함)가 달린, 장바구니 같은 캐리어가 짱이다.
참고 : 내가 구입한 제품은 "타이탄(Titan)" 이라는 독일 고급 브랜드이며 다음 링크에서 "선택 3"의 "3-1 대(수하물용)" 이다.
http://www.coupang.com/np/products/53206437?areacode=MRC&coupang=53206437
비싼 독일제 캐리어 폭파 현장
지퍼 안쪽이 터져버렸다. 터져버린 채 가운데 부분의 검은 테이프(실제로 끈끈한 재질이다)에 붙어버렸다. 참고로 캐리어 사진은 모두 도착일(12일)이 아닌 그 다음날(13일) 저녁에 찍었다. 도착 당일엔 피곤해서 캐리어가 문제가 있고 없고를 따질 순간이 아니었고, 13일 낮엔 대체할 가방을 사러 다녔다.
완전히 갈려버린 바퀴
바퀴가 잘 굴러가라고 타이어 같은 재질이 덮여있는 것 같았는데, 암튼 그게 다 벗겨졌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나마 멀쩡한 바퀴
한 가지 가설은 사진의 왼쪽으로 내가 캐리어를 끌면, 바퀴에는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 방향으로 하중이 발생한다. 그러면 바퀴 오른편 가방 지지부가 그 힘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접혀버리면서 바퀴가 질질 끌린다.
버티지 못하는 바퀴
결론 : 타이탄 캐리어가 엄청 잘못한 것은 아니다. 그냥 유럽과 같은 도로 환경에서 끌고 다니려면 절! 대! 4륜 캐리어는 안 된다. 4륜 캐리어의 장점은 힘이 덜 든다는 건데,애초에 힘이 덜 드는 모양새로 끌고다닐 수가 없다. 그러므로 무조건 거대한 타이어 바퀴 두 개가 달린 캐리어가 좋다. 이 가방... 엄청 비싸게(20만 원 이상) 샀는데, 현지에서 구입한 30 유로 짜리 카트형 가방이 훨씬 잘 버텼다.
그 다음으로 생각한 것은 선불 유심칩이었다. 애초에 스페인에 들어오면 유심칩을 사려고 했다. 데이터 용량 대비 요금이 매우 저렴하기 때문이다. 지도에 미리 표시해놓은 현지 통신사 매장으로 향했다. 영국서부터 선불유심을 사용했으면 더 좋았겠지만, 아무리 EU가 출범했다 한들 통신 관련해서는 국가 경계가 무너지지 않아서 국가 별로 따로 유심을 사야 한다. 스페인에 머무르는 기간이 약 2주 정도 됐으므로, 선불유심을 사용하기 딱 적절한 기간이었다.
보다폰(Vodafone) 선불유심 요금표
유럽에서 선불유심을 산다하면 무조건 보다폰이다. 국제적 대기업이 횡포는 부려도(?) 이런 시스템은 가장 잘 돼 있다. 나는 두 번째 것으로 구입하였다(데이터 1GB, 현지 문자 60건, 현지 통화 60건). 가격은 14.52 유로, 당시 환율로 약 2만 원 쯤 한다. 국내 통신사가 제공하는 데이터 무제한 로밍 요금제가 하루에 1만 원인 것을 고려하면 엄청나게 싼 편이다. (참고로 2주 남짓한 기간에 1GB가 넘는 데이터를 사용하는 건 그만큼 제대로 현지를 둘러보지 않았다는 뜻이다. 1GB면 길 찾고 한국과 연락하는데 충분하다.) 사용 방법도 매우 쉽다. 한국 유심칩을 빼서 잘 보관하고, 구입한 유심칩을 껴서 전원을 켜면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제대로 인식이 되면 인식이 됐다는 스페인어 문자가 하나 온다. 선불유심 덕분에 포르투갈보다 훨씬 복잡한 스페인의 골목길을 쉽게 주파할 수 있었다.
선불유심을 사고난 뒤 정신을 차리고 숙소에서부터 걸어온 길을 천천히 되짚어 돌아갔다. 그 와중에 길거리 장터가 열리는 곳을 지났다.
시장 입구 쯤 되는 곳. 활기가 넘친다.
좌판과 잡동사니
물건 구성을 보아하니, 삐까번쩍한 신품이 아니라 낡디 낡은 중고품이었다.
각종 서적 - 이건 아마 신품인 듯하다.
의류, 잡화도 있다.
영화 DVD도 있다.
북적북적
독특하게 생긴 옷도 판다.
아주 낡은 건물
처음엔 아름다웠을지 모르나, 세월이 지나며 깨지고 변색되었다. 게다가 새로 설치한 금속제 방범창, 울타리, 지붕 등이 다 녹슬었다.
바로 거리 하나만 건너도 등장하는 신축 건물
흰색이나 밝은 노란색 계통의 깨끗한 벽이 포인트. 진짜 베란다스러운 베란다도 좋다.
'이것은 무엇을 위한 조형물인고?'
시내 한복판에 신기하게 생긴 조형물이 있길래 궁금해서 현판을 찍었다. Mayor 어쩌구 쓰여있는 걸로 보아, 세비야 시 출연금으로 지은 것 같다.
거대한 벌집핏자?
금강산도 식후경이다. 길찾기 수단이 생겼으니 배가 고팠고, 그렇게 궁금하던 현지 빠에야를 처음 맛보는 순간을 맞이했다.
노란 빠에야의 자태와 샹그리아의 맛... 캬
다시 먹고싶다... 해산물 빠에야 7 유로 + 샹그리아 2.5 유로 + 식전빵 1유로, 도합 10.5 유로. 빠에야는 보통 접시에 담겨 나오는 정말 떼우기 용 빠에야였고, 샹그리아는 정말 맛있었다. 빛 좋은 날에 여유롭게 샹그리아를 홀짝일 수 있다니...
흔히 볼 수 있는 메뉴판
외국인이 많이 왕래하는 지역의 식당에는 이런 메뉴판이 꼭 있다.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주 왕래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는 쓰여 있다. 스페인에서 밥 잘 먹기 팁 하나 : 이런 메뉴판을 보면 꼭 스페인어와 영어가 함께 나오도록 사진을 찍어서 스페인어 단어가 뭘 뜻하는지 대충 파악하고 있으면, 영어 메뉴판이 없는 식당에 가서도 재료나 조리 방법이 어떠한지 알 수 있다. 이렇게만 해도 밥 먹는데 실패하진 않는다.
유리창 넘어로 보이는 가게 내부
여유로움이 가득한 식당 테라스
많은 유럽 여행자들이 유럽에 대해 그리워하는 것을 꼽으라면 아마 야외 테라스도 순위권에 들 것이다. 아무리 좁은 골목에 있는 식당이라도 테라스 자리가 한두 테이블은 있다. 너무 강하지 않은 햇살이 내리쬐는 오후에 테라스 그늘에 앉아 간단한 안주와 가벼운 술(샹그리아나 맥주)을 들이키면... 스트레스가 쫙 풀린다. 차가 안 다니는 길가에 있는 큰 음식점은 테라스 공간이 내부 공간보다 큰 경우도 있다.
대성당(Catedral) 입구
크고 아름답다.
웬만한 광각렌즈로는 입구조차 완벽하게 담을 수 없을 정도
입장 가격
나는 학생할인을 받아(!) 4 유로에 들어갔다.
고딕 양식으로 솓아 있는 탑
성당 내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웅장했다. 곧게 솓은 높은 석조 기둥을 보고 있자니,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드워프의 지하 도시가 생각났다. 이런 건축물을 보고 자란 사람이라면 충분히 "지하에 엄청 깊은 돌 도시를 판 종족"이라는 상상할 할 수 있을 것 같다.
성당 규모에 걸맞는 파이프오르간
다양한 빛
성당 윗부분에 있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일광이 들어오기 때문에 위쪽은 형형색색 밝고 아래쪽은 내장 돌 표면 때문에 누르스름하다
매우 정교하고 섬세한 파이프오르간
같은 조각, 다른 빛깔
정말 이렇게 내부 색이 차이난다. 의도하고 만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이런 요소가 성당을 더욱 극적인 장소로 보이게 한다.
사제들이 앉았던 의자
크리스토퍼 콜롬버스의 관을 운구하는 스페인 왕들
콜롬버스는 원래 현재 도미니카 공화국 산토도밍고에 묻혀 있었는데, 쿠바 아바나로 이장됐다가 미국에서 관을 보관하고 있었다. 그것이 19세기 말 이 성당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관을 운구하는 스페인 왕은 총 4명으로 콜롬버스의 탐험 당시 이베리아 반도에 존재했던 네 왕국(레온, 카스티야, 나바라, 아라곤)의 왕이라고 한다.
기도하는 사제와 성모마리아 부조
두 사제(혹은 교황?)의 부조
로댕의 작품 "지옥문"을 보는 느낌이었다. 빛의 대비가 극적이다.
세비야 왕조의 왕비
세비야 왕조의 왕
전투 모습을 기록한 황금 부조
히랄타 탑의 층계참 창문을 통해 본 세비야 시가지
히랄다 탑을 오르며 본 대성당
히랄다 탑 꼭대에서 본 세비야
히랄다 탑 꼭대기에 달려 있는 거대한 종
히랄타 탑 전경
꼭대기에 작게 보이는 종이 바로 윗 사진에 등장한 바로 그 종이다.
세비야 대성당 전경
주변에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는데다, 성당이 원체 높아서 전경을 찍기가 어려운 편이다.
자선병원(Hermandad de la Santa Caridad) 입장 요금
나는 5 유로를 내고 입장했다.
자선병원 입구
외관은 병원이라기 보단 별장 같은 느낌이다.
자선병원 안쪽 회랑
병원이 아니고 별장이라고 할만큼 아름다운 안뜰이다. 나중에도 또 설명할 기회가 있겠지만, 자선병원으로 볼 수 있는 세비야 포함 스페인 남부지역 전통가옥의 특징을 잠깐 써 본다. 첫째로, 건물은 약 3층 높이에 ㅁ자로 짓는다. 특히 건물 층고를 높게 하여, 한여름의 높고 따가운 햇살이 ㅁ자 가운데로 들지 않도록 한다. 둘째, ㅁ자 가운데에는 연못이나 분수를 설치하여, 여기서 물이 열을 갖고 증발하면서 ㅁ자 내부 온도를 내린다. 셋째, ㅁ자 바깥쪽으로 나 있는 창문은 매우 작고 겉에 나무 문까지 덧댄다. 이는 ㅁ자 내부의 냉기를 최대한 보존하기 위함이다. 현존하는 대부분의 오래된 가옥은 이런 구조로 지어져 있으며, 이런 다세대 주택에 여러 가구가 함께 입주하여 살았다. 세비야나 그라나다 등 안달루시아 지방의 주요 도시에서 이런 가옥 형태를 자주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아치, 부드러운 노랑
병원에 딸린 예배당이 웬만한 대성당 뺨치는 정도
아름다운 그림과 조각이 들어가지 않은 곳이 없다.
예배당 뒷편 2층엔 항상 성가대 자리가 있다.
제단 앞쪽에 있는 예수 조각과 황금 장식
예수는 목수의 아들로, 평생 가난하게 남에게 배풀라고 가르쳤다는데, 어째 스페인 성당에는 온통 황금 뿐이다. 아름답긴 하지만, 중세에 얼마나 많은 착취가 이뤄졌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부분이다. 종교는 돈/권력이랑 연결되지 말아야 하며, 규모가 성장한 종교는 반드시 타락을 겪는다.
제단 윗쪽의 화려한 황금/대리석 부조
알폰소 13세 운하(Canal de Alfonso XIII)에 있는 황금의 탑(Torre del Oro)
들어가보진 않았다. 다른 도시와 마찬가지로 세비야도 호스텔과 연계된 워킹투어(walking tour)가 많은 편인데, 주로 황금의 탑이 미팅 포인트로 쓰인다.
운하와 산 텔모 다리(Puente de San Telmo)
스페인의 거리 표지
Cordoba라는 도시명과 화려한 타일 장식이 거리 표지로 사용되고 있었다. 세비야는 골목이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내가 지금 어느 거리에 있는지 파악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보통 거리 표지가 골목 시작점과 끝점에만 있어서 중간에 다른 길로 들어서게 되면 완전 길을 잃는 수가 있다. 물론 구글맵과 GPS가 있다면 그럴 필요 없다.
세비야에 머무르는 동안 자주 지나다닌 골목 풍경
낮 시간의 여행을 마친 뒤, 숙소로 들어가서 망가진 캐리어 상태를 점검하고(위에 있는 사진을 이 때 찍었다), 이 망항 캐리어를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하다가 도저히 들고 다니다가 A/S를 받을 수가 없어서 눈물을 머금고 그냥 버렸다. 어쩔 수 없는 선택. 문제를 하나 해결하고 나니 배가 엄청 고팠다.
스페인에서 하루를 제대로 보낸 첫 날이었으므로, 저녁은 무조건 타파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타파스라는 음식을 사람들이 착각하곤 하는데, 타파스라는 음식이 존재하는 게 아니다. 타파스란, 타파(tapa)라는 음식 서빙 형태의 복수형이다(tapas). 타파란, 작은 접시에 동일한 요리를 아주 조금, 서너입 정도에 먹을 정도만 서빙하는 형태이다. 타파는 다양한 음식을 조금씩 많이 즐기고 싶어하는 스페인 사람들의 식습관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보통 서양의 음식은 요리 하나가 크게 나오고, 한 끼니에 한 사람 당 한 요리를 즐기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타파는 오히려 우리나라의 반찬 문화와 비슷하다. 쉽게 생각해 타파를 여러 개 시키는 것은, 반찬을 여러 개 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따라서 스페인에 가서 "타파스 주세요!"라고 하면, 그냥 반찬 주세요!와 같다. 정확히 어떤 메뉴를 짚되, 그것을 타파의 형태로 먹을지 아니면 좀 큰 접시에 요리 형태로 먹을지 결정하는 것 뿐이다.
자, 그러면 요리 메뉴를 알아야 하는데, 스페인어도 모르는 내가 무턱대고 식당에 갈 수는 없는 법. 아니, 어느 식당이 맛있는 곳인지도 모르고. 그래서 무작정 호스텔 리셉션 직원에게 물어봤다. 호스텔에 입주하는 날에도 안내해 준 직원이었는데, 워... 여잔데 키는 170 후반대며 몸매가... 최대한 정중하게(?) 표현하면, 길을 지나다닐 때 엄청난 시선을 받을 것 같은 모델 느낌. 직원에게 "이 근방에서 괜찮은 타파 식당은 어디이며, 추천하는 메뉴가 있으면 알라달라"고 했더니 Los Coloniales 라는 식당을 알려주고, 메뉴로는 Buñuelos 와 Solomillo a la Castellana 라는 것을 알려줬다. 두 가지를 알아간 이유는 보통 한 끼니로 두 접시 정도 먹으면 배가 너무 부르지 않은 만족스런 느낌이다. 가게의 위치는 호스텔에 구비된 세비야 관광 지도에서 손수 체크해줬다. 가까운 곳에 있어서 별로 헤매지 않고 금방 도착하였다.
가게 입구
가운데에 가게 입구가 쓰여 있고, 양 쪽으로 스페인 맥주 Cruzcampo 상표가 달려 있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 쪽 식당은 간판에 저렇게 맥주 회사를 하나씩 넣어놨는데, 보통의 경우 그쪽 맥주만 팔았다. 독점계약인 것 같다.
가장 기초적인 상차림
뒤쪽으로 식전빵(공짜), 앞쪽으로 드라이 한 레드와인. 드라이 와인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추천을 받아서 마셨다. 맛은 괜찮았다. 스페인에서는 보통 주문할 때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술을 시키고, 그 술은 엄청 빨리 나오고 그 다음에 메뉴를 고민하도록 시간을 많이 준다. 따라서 좋아하는 술 취향(드라이/스위트, 레드/화이트, 와인/셰리/포트와인 등)을 미리 알고 있는 상태로 종업원에게 그 취향을 최대한 설명하여 주문을 하고그 다음에 자리에 앉아 메뉴를 고민하자.
첫 번째 메뉴, Punta de Solomillo a la Casellana
영어로는 Tenderloin Prime Cut in Castellana Sauce 이다. 스페인어에 익숙하지 않더라도 이런 영어 메뉴판을 보면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영어 표현도 요리에 특화돼 있어서 잘 모를 수 있는데, 스페인 이름과 영어 메뉴 그리고 실제 먹을 것을 매치하여 몇 번만 경험하면 실패하지 않을 수 있다. 생긴 건 파루에서 먹었던 엄청 짠 고기요리와 비슷했는데, 실제론 안 짜고 매우 맛있었다.
두 번째 메뉴 Buñuelos
영어로는 Cheese Fritters with asparagus and red pepper jam 이었다. 영문 메뉴는.. 정말... 재료와 요리 방법을 잘 설명해 놓았다. 문제는 그 요리 기법이 뭔지 재료가 어떤 맛을 내는지 잘 모른다는 점... 암튼 이것도 맛있었다. 고로케 같은 음식이었는데, 속에는 맛있고 상큼한 소스? 속? 이 채워져 있었다. 곁다리로 싱싱한 샐러드가 나와서 너무 좋았다.
혼자 밥 먹는 상차림
음식이 대부분이며 한 쪽엔 수첩, 한 쪽엔 스마트폰과 카메라가 있다. 돌이켜보니 정말 기록을 많이 했다.
안녕, 내일 또 올게~
꽤 늦은 시각(저녁 8시? 9시?)에도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아름다운 밤에 한적하고 조용하고 깨끗한 골목 광장에 있는 야외 테라스에서 맛있는 음식이라.... 오른편에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인다. 우리나라 같으면 혼자 야외 테라스에서 밥 먹는데 대기열이 길면 주인이 눈치줄텐데, 스페인은 절대 그러지 않는다. 다 먹고 술 한 잔 더 시켜서 계속 앉아 있어도 뭐라 하지 않는다. 여유가 넘치고 개인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인 듯하다.
맛있는 저녁을 먹었더니 기분이 좋아져서 바로 호스텔로 들어가지 않고 가게가 많은 길을 좀 거닐었다. 중간에 수퍼마켓에서 과자,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조금 샀다. 돌아다니는 도중에 옷가게 쇼윈도를 봤는데 내가 살던 동네에서 보던 쇼윈도와 완전 달라서 참고하려고 찍어놨다.
완벽한 코디
우리나라 정장매장 쇼윈도는 굉장히 대충 아저씨스럽게 멋 없게 해 놓는데, 스페인은 역시 스타일 좋은 사람들이 많은 나라답게 골목에 있는 옷가게에도 이렇게 멋진 코디가 전시되어 있다. 색깔, 악세사러, 핏 정말 맘에 들었다.
역시 완벽한 코디
이야.. 어쩜 정장 매장에서 저런 코디를 할 생각을 하나.. 압구정, 홍대, 강남에서는 아마 자주 볼 수도 있겠지만, 내가 사는 동네에선 정말 보기 힘든 모습이다. 드물게 주문생산하는 양복점에서만 볼 수 있다. 하지만 참고만 할 뿐 돈이 없어서 스페인에서도 지금도 못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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